춤
犬毛 趙源善
새벽에는 부어터진 창자 달래느라 한 움큼씩 쓴 약 허겁지겁 삼켜야하고
아침이라고 축 늘어진 날개로 처량한 꼬락서니를 상자 속 구겨진 거울에 비춰봐야 하고
꼴에 온종일 십 오초마다 시답지 않은 요상한 불수의적 생각으로 머리를 긁적거려야하고
성질머리 못 죽여 한번 정도 와장창 몇 가닥 남지도 않은 머리털을 휘잡아 뽑아야만 하고
그러다가 버릇처럼 몇 박자 음정잡고는 주저리주저리 혼자 중얼거려본다
저녁마다 얇은 명함을 돌돌 말은 가여운 빨대로 카-하고 목구멍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도무지 한 치 틈이 없다
아는 사이라고 봐주는 것도 전혀 없다
피도 눈물도 물론 없다.
나는 날마다 거의 똑같이
반짝거리는 살얼음판위에서
겉보기에는 아주 그럴 듯하게 - 사실 속으로는 징징 우는 거지만
미친 듯 춤을 추지
진짜야.
난 너를 무시해
넌 한심한 구경꾼이고 눈 뜬 장님이야
터지고 부어올라 피고름 뚝뚝 흐르는 내 새까만 맨발바닥은 못 보거든
내가 절대 안 보여주니까
그래서 넌
내 춤에 늘 속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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