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犬毛 趙源善
그게 너를 살린다는 사실
너무 단단하게 살다보면 속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지
펄 펄 끓여서
후 후 불면서
살 살 다스려야 해
죽 한 술 물고
새우젓 한 젓가락 찍어서
혀 안에 빙 빙 돌려봐
짜잘한 맛이 진짜니라
이 녀석아!
질 질 설사하는 주제라면
죽도록 배고파도 보리차만 먹어야 해
네 배때기 달라는 대로 처먹으면
밤새 고생하는 거야
내 말
백번 맞느니라.
죽을 쑤어라
얕은 불에
눌어붙지 않게 살금살금 잘 저어가며
꾹 꾹 눌러 참아
그냥
실 실 웃어가며
냄새만 맡아라.
찜찜한 의무방어의 뒤끝도 결코 죽을 쑨 건 아니라는 사실
구수한 죽
진한 뒷맛을 알면
졌어도 진 게 아니다
네가 이긴 거란다.
자꾸만
죽을 쑤어라.
<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