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구멍타령

犬毛 - 개털 2007. 1. 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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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타령

犬毛/趙源善



내 친구가 그러는데

솔직히 미칠 지경 이래

이젠 

돈도 명예도 다 싫다고.


안과는 눈구멍만

이비인후과는 귓구멍 콧구멍 목구멍만

치과는 입구멍만

피부과는 털구멍 땀구멍만

비뇨기과는 거시기구멍만

부인과도 거시기구멍만

대장항문과는 똥구멍만

하루 왼 종일

자기 전문 구멍만 드려다 보는데

찢어지고 막히고 뚫어지고 터지고 닳고 썩어지고 삐지고 꿰이고 뒤집히고

구멍이 온통 별의 별 문제를 일으켜도

기실 그 구멍이 뻔한 그 구멍이라

씻어내고 바로잡고 꿰매고 늘리고 당기고 잘라내고 틀어막고 털어내고 

삼십년을 오로지 무슨 구멍 뒤치다꺼리만 했더니

으 악 이제는 죽은 히포크라테스 귀신이 구멍 속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더란다.


아무렴 그렇겠지

허나 그거야

자네만 그런 게 아니라

보다 더한 경우가 수두룩할 터

세상에 하 많은 일들 나름대로 제각각 괴로움이 있는 법 

네가 깔고 앉은 네 직업이 천직이려니 참아야지

안 그런 가 구멍선생?

허 허 허

그놈의 구멍이 사람 웃기누만.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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