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는 게 정말 싫어
犬毛/趙源善
세상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린 눈
온통 하얗게 목화 꽃밭입니다
이제야
진짜 흰 맛을 목구멍 저리게 삼켜봅니다
오십 여년 세상사에 절어버린 내 육신과 영혼의 시커먼 때가
아스팔트 바닥위에 까꿍 눈속임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작은 문제를 큰 문제로 삼는 게 바로 문제임을
그게 바로 어리석음인 것을
그동안 더듬어온 난제가 오늘 함박눈에 녹아져 이렇게 술술 풀려버릴 줄
미처 몰라
뻥하니 가슴 뚫렸습니다.
자!
눈밭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려라
무조건 하얗게만 칠 하는 거야
네 모든 걸 다 하얀 칠로 뒤집어씌워라
그리하여 네 곁의 모든 것을 비추인 거울 속까지 몽땅 하얗게 칠해라
아 하
이 세상에 안 풀리는 문제는 없다
어렵다 생각돼도 쉽사리 가위표로 지우지 마
좀 늦게 풀릴 뿐이지
잠시 돌아서서 슬쩍 가려놓고 깊숙이 맛을 봐야지
돌돌말린 옭매듭일랑 저 눈처럼 펑펑 쏟아서 속을 하얗게 비우는 거야
자꾸만 자꾸만
빈속으로 시작하는 거지 뭐
새롭게.
아 아
그래서 난
눈이 그치는 게 싫어
눈이 녹는 게 싫어
녹아서 땟국으로 흐르는 검은 구정물이
정말로
싫어.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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