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그치는 게 정말 싫어

犬毛 - 개털 2006. 12. 17. 20:10

 

0

 

그치는 게 정말 싫어

犬毛/趙源善



세상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린 눈

온통 하얗게 목화 꽃밭입니다

이제야

진짜 흰 맛을 목구멍 저리게 삼켜봅니다

오십 여년 세상사에 절어버린 내 육신과 영혼의 시커먼 때가

아스팔트 바닥위에 까꿍 눈속임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작은 문제를 큰 문제로 삼는 게 바로 문제임을

그게 바로 어리석음인 것을

그동안 더듬어온 난제가 오늘 함박눈에 녹아져 이렇게 술술 풀려버릴 줄

미처 몰라

뻥하니 가슴 뚫렸습니다.


자!

눈밭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려라

무조건 하얗게만 칠 하는 거야

네 모든 걸 다 하얀 칠로 뒤집어씌워라

그리하여 네 곁의 모든 것을 비추인 거울 속까지 몽땅 하얗게 칠해라

아 하

이 세상에 안 풀리는 문제는 없다

어렵다 생각돼도 쉽사리 가위표로 지우지 마

좀 늦게 풀릴 뿐이지

잠시 돌아서서 슬쩍 가려놓고 깊숙이 맛을 봐야지

돌돌말린 옭매듭일랑 저 눈처럼 펑펑 쏟아서 속을 하얗게 비우는 거야

자꾸만 자꾸만

빈속으로 시작하는 거지 뭐

새롭게.


아 아

그래서 난

눈이 그치는 게 싫어

눈이 녹는 게 싫어

녹아서 땟국으로 흐르는 검은 구정물이

정말로 

싫어. 

<06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눈  (0) 2006.12.19
*백-미러  (0) 2006.12.18
*짝사랑  (0) 2006.12.17
*딴 데 가서 놀아라!  (0) 2006.12.16
사연事緣  (0) 2006.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