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犬毛/趙源善
누구냐
그냥 족보 없는 개라고 얼버무리지요
언제부터냐
울 엄마한테 두 번째 수놈 강아지로 태어날 때부터라고 우물거리지요
어디 사느냐
저기 바깥 대문 옆 담 아래 비새는 청기와 집에 그럭저럭 살지요
무얼 먹고 사느냐
늘 개새끼라는 욕을 물 말은 밥처럼 삼키며 훌훌 살지요
왜 사느냐
눈에 좀 수틀리게 뵈거나 구린 냄새가 나면 좌우지간 막무가내로 짖어대며 왕왕 살지요
어떻게 사느냐
술찌끼에 취해 별 의미도 없는 글줄을 괴발개발 바람에 흩날리며 흔들흔들 살지요.
한 마디로
‘개털’이에요.
<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