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犬毛/趙源善
어찌어찌 새벽녘에만 간지러운 고추를 털고 두덜두덜 누우니
등짝이 살살 가렵기 시작이다
요 며칠 술 못 처먹어 목구멍도 근질거렸었지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도 손이 못 미치는 거기 꼭 그 자리
긁고 싶다 생각하니
아 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불 나게 더 가렵다
코 골며 늘어져 자는 마누라를 깨우는 건 객기가 분명하고
효자손이라야 겨우 백 원어치 긁적거릴 터
끙 끙
어디 비벼댈 언덕 없을까
어쩌나
마침내 머리카락에서 발바닥까지 쫙 퍼져나간 고질 가려움증이 지랄발광을 하면
눈알이 빠질 지경.
주섬주섬
더듬더듬
약 먹은 쥐새끼마냥 비실비실 골방으로 기어들어 컴퓨터를 보듬는 순간
아 아 짜르르 번져나가는 이 쾌감이라니
이건 미친 짓이다
엄청난 병이다
영원히 헤어날 길 없는 밑 빠진 중독中毒이다.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