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풀
犬毛/趙源善
거기 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접착 용도로만 사용하며 절대 입에 대지 말라고 써 있어
늘 너무나 가벼운 내 주둥이가 밉살스러워
널름
입술을 붙여버렸더니
아니
어찌 이런 일이!
눈알 두개가 제가끔 주절주절 말을 하는 게야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고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 라나
귓구멍 두개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허 참!
차라리 입을 그냥 둘 걸
아 아
모르는 척 그 짓을 하긴 했지만
고것이 꼭 립스틱처럼 생겨먹었노라 핑계를 댔지만
난
참으로 큰 실수를 한 거야.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그놈 죽이면 또 다른 더 지독한 놈이 기다린 듯 나서더라고
그거 참.
그런데 그 딱 풀 말이야
그게 우스워보여도
꽤
잘 붙더라고
떼느라 애 먹었어.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