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벌거벗은 임금님

犬毛 - 개털 2006. 3.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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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犬毛/趙源善



잔대가리 굴리다 흰 칠 일찌감치 뒤집어쓰고

그나마 소갈머리도 없지

눈알도 녹슬어 돋보아야만 해

주름사이로 검버섯 꽃 주렁주렁

귓속은 밤낮없이 매미가 울어대며

이빨은 반절이 유리조각이요

입맛 사라진지 한 참에

젖꼭지 아래로 늘어진지 오래라

밥통은 술로 녹아버리고

날만 궂으면 허리가 구시렁구시렁

쓸개 벌써 빠져 달아났으며

간까지 덩달아 배 밖으로 나가버렸으니

홀로 남은 창자엔 똥만 가득하여

뽈록한 배때기가 바로 엄청난 삼겹살이다

치질에 시달리는 뒷구멍도 참 너저분하고

무좀 꼬인 발가락 또한 가련하며

굳은 살 박힌 발바닥마저 쉰 냄새 풍겨대니

훌훌 벗어부친

저 꼬락서니 하고는.


허 허 허  

정말로

대단한 날개다.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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