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犬毛/趙源善
잔대가리 굴리다 흰 칠 일찌감치 뒤집어쓰고
그나마 소갈머리도 없지
눈알도 녹슬어 돋보아야만 해
주름사이로 검버섯 꽃 주렁주렁
귓속은 밤낮없이 매미가 울어대며
이빨은 반절이 유리조각이요
입맛 사라진지 한 참에
젖꼭지 아래로 늘어진지 오래라
밥통은 술로 녹아버리고
날만 궂으면 허리가 구시렁구시렁
쓸개 벌써 빠져 달아났으며
간까지 덩달아 배 밖으로 나가버렸으니
홀로 남은 창자엔 똥만 가득하여
뽈록한 배때기가 바로 엄청난 삼겹살이다
치질에 시달리는 뒷구멍도 참 너저분하고
무좀 꼬인 발가락 또한 가련하며
굳은 살 박힌 발바닥마저 쉰 냄새 풍겨대니
훌훌 벗어부친
저 꼬락서니 하고는.
허 허 허
옷
정말로
대단한 날개다.
<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