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전봇대

犬毛 - 개털 2005. 11. 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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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犬毛/趙源善



거기

그렇게 서 있었는데.


손뼉과 어깨춤이 튀고

악다구니가 에누리되던 좌판의 노래 소리

세상 오만가지

없는 게 없는 곳

바로 여기

지갑 꼭 움켜쥐고 이리로 저리로 주섬주섬

사람에 묻혀 하루를 밀거니 당기거니

내가 산 게 가장 싸고 실한 물건이라 바가지 썼어도 좋아

분단장한 대가리 돼지 코가 족발 가지런히 실실 웃으면

닭 뼈 무침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냉수 두 사발

꼬깃꼬깃 구겨진 침 묻은 돈

질질 끌려 팔려가던 세월

여기

남대문 시장 모르면 간첩이라.


검은 줄 자꾸만 연줄연줄 얼기고 설기더니

밤마다 취한 고추 짠물세례 받고

돈 돈 돈 냄새만 맡더니

사람 사람 사람 구경만 하고

남대문 바라보며 그렇게

말없이 삼십년 서 있던

추억.


어느 날

덜컥

목 잘려 사라진 빈 자리

거기

내가 서 있다.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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