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犬毛/趙源善
거기
늘
그렇게 서 있었는데.
손뼉과 어깨춤이 튀고
악다구니가 에누리되던 좌판의 노래 소리
세상 오만가지
없는 게 없는 곳
바로 여기
지갑 꼭 움켜쥐고 이리로 저리로 주섬주섬
사람에 묻혀 하루를 밀거니 당기거니
내가 산 게 가장 싸고 실한 물건이라 바가지 썼어도 좋아
분단장한 대가리 돼지 코가 족발 가지런히 실실 웃으면
닭 뼈 무침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냉수 두 사발
꼬깃꼬깃 구겨진 침 묻은 돈
질질 끌려 팔려가던 세월
여기
남대문 시장 모르면 간첩이라.
검은 줄 자꾸만 연줄연줄 얼기고 설기더니
밤마다 취한 고추 짠물세례 받고
돈 돈 돈 냄새만 맡더니
사람 사람 사람 구경만 하고
남대문 바라보며 그렇게
말없이 삼십년 서 있던
긴
추억.
어느 날
덜컥
목 잘려 사라진 빈 자리
거기
내가 서 있다.
<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