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겨울

犬毛 - 개털 2005. 11. 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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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犬毛/趙源善



어김없이

놈이 또 나타났다

손톱 세우고.


육교 참 한구석에도 해가 숨었다

색안경 속으로 자꾸 먼지를 들이미는 바람

벌거벗은 백동전들이 가로등 흘린 빛을 마시고

미운털로 중뿔나게 허기진 창자가 아귀아귀 춤을 춘다.

짧은치마 빨쪽하니 아가씨 천

졸다 누군지 모르는 귀 떨어진 천

뚱뚱이 곱상한 할머니 천

아줌마 몇 오백 셋 백 백

고사리 손 초등학생 오백 백 백 백

자리 걷자

맨바닥에 억지로 꾸겨놓았던 성한 왼다리가 진짜로 아프다

멀건 우동 두 젓가락과 대포소주 한 잔 합이 이천

일당 삼천 원어치 무거워 허우적허우적 

전봇대 월수이백 광고지엔 부석부석한 눈동자가 풀로 붙여져

자꾸만 어디론가 핏기를 거둬가고

춥다

털어도 끝이 없는 오줌 방울

구멍 난 왼 바지주머니 손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만병통치약 아스피린이 떨어졌는데

앗다 그건 내일문제고

내 집으로 어서가자 따사한 서울 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지하철 계단이 꽤나 깊어 숨 가쁘다.


그 놈

참 귀신같이 나타나

사정없이

남의 콧구멍을 후빈다.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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