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犬毛/趙源善
어김없이
놈이 또 나타났다
손톱 세우고.
육교 참 한구석에도 해가 숨었다
색안경 속으로 자꾸 먼지를 들이미는 바람
벌거벗은 백동전들이 가로등 흘린 빛을 마시고
미운털로 중뿔나게 허기진 창자가 아귀아귀 춤을 춘다.
짧은치마 빨쪽하니 아가씨 천
졸다 누군지 모르는 귀 떨어진 천
뚱뚱이 곱상한 할머니 천
아줌마 몇 오백 셋 백 백
고사리 손 초등학생 오백 백 백 백
자리 걷자
맨바닥에 억지로 꾸겨놓았던 성한 왼다리가 진짜로 아프다
멀건 우동 두 젓가락과 대포소주 한 잔 합이 이천
일당 삼천 원어치 무거워 허우적허우적
전봇대 월수이백 광고지엔 부석부석한 눈동자가 풀로 붙여져
자꾸만 어디론가 핏기를 거둬가고
춥다
털어도 끝이 없는 오줌 방울
구멍 난 왼 바지주머니 손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만병통치약 아스피린이 떨어졌는데
앗다 그건 내일문제고
내 집으로 어서가자 따사한 서울 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지하철 계단이 꽤나 깊어 숨 가쁘다.
그 놈
참 귀신같이 나타나
사정없이
남의 콧구멍을 후빈다.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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