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0 까닭 犬毛/趙源善 더워? 추워서? 대머리라? 흉터 때문에? 그럼 모양다리? 아니다 다 아니다. 솔직히 크기만 하고 속은 텅 빈 내 대가리가 정말로 부끄러워서다 이게 내가 모자를 쓰는 까닭이다. <06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10
*매력 0 매력魅力 犬毛/趙源善 쭉 찢어진 눈과 불뚝 솟은 우람한 주먹코와 벌러덩 두툼한 입술 까무잡잡한 피부에 적당히 나온 배와 불끈 솟은 알통 뒤집어 신은 양말과 간간이 호탕한 웃음 그리고 무심한 눈길 묵묵한 술잔. 지겨운 남편. <06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07
*대롱 대롱 0 대롱대롱 犬毛/趙源善 어제는 이미 죽은 거야 누가 뭐라 해도 뒤 돌아볼 필요 전혀 없어 비뚜로 꿰맨 흉터 다시 뜯어내면 아프기나 하지 추억 되씹을수록 점점 나약해지니 항상 오늘에 대롱대롱 매달려라 아무튼 살아야하니까. <06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05
*전직前職 0 전직前職 犬毛/趙源善 여보! 말이 나왔으니 이제 솔직히 고백 할래 사실 나 베케트의 “고도”와 조금 놀았었지 정말 지겹게 쭈그리고 죽치며 기다렸어 뭘 기다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좌우지간 무조건 계속 기다리는 거야 “마지막 테이프” 때문엔 더 골치 아팠지 바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01
오만방자傲漫放恣의 종말終末 0 오만방자傲慢放恣의 종말終末 犬毛/趙源善 오이디푸스(Oedipus)와 소꿉장난 하고 햄릿(Hamlet)과 한잔 술을 마시고 샤일록(Shylock)과 푼돈 얘기를 나누고 고도(Godot)와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다보니 홀연忽然히 달이 내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사라졌다. <06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01
*글과 술 0 글과 술 犬毛/趙源善 글 쓰고 싶지 않은 날 술 퍼 마시고 술 마시고 싶지 않은 날 글 쓰면 되지 어쩌다 둘 다 귀찮은 날 술 퍼 마시면서 글 쓰면 되지 뭐 아니면 글 퍼 마시면서 술 쓰던 가 해괴한 한량의 궤변이니 “미친 놈!”하고 못 본 척 하시라. <0609>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9.30
*사람이 그럼 못써요 0 사람이 그럼 못써요 犬毛/趙源善 안되지요 제발 솔직하시라 어찌 그리 두루뭉술하신 가 가타부타 뭔 선을 그어 주셔야지 뜨뜻미지근하게 이래도 허허 묵묵 저래도 허허 부답 날더러 어쩌란 말씀이신지 싫다는 거요? 좋다는 거요? 준다는 거요? 안준다는 거요? 고개라도 끄덕이시던 가 침이라도 퉤 뱉..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9.26
숙맥菽麥 0 숙맥菽麥 犬毛/趙源善 본래 착하고 어수룩한 놈 “울다가 웃으면” 아래 똥구멍에 털이 난다했음에 못 박혀 그렇다면 “웃다가 울면” 위 텅 빈 소갈머리에 새로운 털 나겠거니 곰곰 생각하고 혼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그 짓(?) 했더니 앞에 지나는 사람들 안 보는 척 계속 흘끔흘끔 거리고 얇은 귓..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9.17
*부의 賻儀 0 부의 賻儀 犬毛/趙源善 파 - 팍 뒷골 찢어지는 데 술병 던질 수도 없는 쭈글쭈글한 오십이라 한잔 벌컥 들이키고는 슬며시 눈 내리깔며 아 하 엊그제 내가 죽었다는 사실 잘근잘근 안주로 씹는다. <0609>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9.16
헤르페스 콤플렉스 Herpes Complex 0 헤르페스 콤플렉스 Herpes Complex 犬毛/趙源善 왜 그런지 어느 날 찌뿌드드한 한밤 자고나면 마치 새벽이슬처럼 그게 입술에 반짝 반짝 그냥 놔두자니 그게 좀 그렇고 건드리자니 그게 또 그래요 무신경하면 그게 어물어물 제풀에 슬금슬금 사라지지만 위치가 위치니만큼 꼭 한 마디씩 걸어오니 아 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