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 칫솔 犬毛 趙源善 몸에 제일 좋다는 것만 골라 아작아작 꼴깍꼴깍 맛나게 드시는 윗자리 장군께서는 퀴퀴한 냄새나고 종일 햇빛 안 드는 깜깜한 막장 속에서 창 곤두세워 거품 물고 눈자위 뒤집으며 찌꺼기와 죽기 살기로 백병전 벌이는 아랫자리 졸병의 설움을 모르신다.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14
마음가짐 마음가짐 犬毛 趙源善 지천에 즐비한 게 망초 꽃이란다 바짝 다가앉아 눈 비비고 들여다봐라 꽃은 다 아름다운 것이니. 복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란다 감사한 마음으로 작은 것부터 누려라 발아래 널브러진 게 다 복이니.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14
백수민족白水民族 백수민족白水民族 犬毛 趙源善 흰 옷 걸치고 흰 밥 씹으며. 매운 눈 매운 손 매운 말 매운 찌개 매운 고추 매운 입술 매운 고추장 매운 짓거리 매운 맛 실컷 즐기다가. 흰 물만 벌컥벌컥 들이키는 민족.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12
광고 광고 犬毛 趙源善 신문의 치마를 살짝 들치면 아랫도리만 볼거리다 좋다는 얘기 뿐 만약 그 너스레처럼 광고가 모두 진실이면 이 세상은 바로 천국이다.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12
핸드백 핸드백 犬毛 趙源善 꽤 미인이었을 것 같은 얼굴이 지하철 핸드백 속에서 졸고 있다. 흔히 카드전표나 관리비고지서나 청첩장이나 할인전단지나 껌 반 조각과 진통제 몇 알과 박카스 한 병과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이랑 모나미 볼펜 한 자루랑 간장냄새와 자반고등어냄새와 마늘냄새와 청국장냄새와 ..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9
걸레 걸레 犬毛 趙源善 내가 늘 배부른 까닭은 오로지 임의 때와 찌꺼기와 구정물 덕분입니다 뱃속에서 날 때와 관속으로 들 때를 빼면 언제 임이 깨끗한 적이 있습니까? 내 몸의 피 얼룩은 임의 죄를 대신 사한 못 자국입니다.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8
전쟁놀이 전쟁놀이 犬毛 趙源善 눈총과 말총으로 집중사격 당하여 등짝이 고슴도치처럼 만신창이인데 아픈 시늉조차 할 줄 모르는 놈들 자칭 불사조끼리 벌리는 전쟁놀이는 한도 끝도 없다 장마라는 특수부대가 대포를 한 방 날려서 방방곡곡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다면 아마도 불쌍한 벼룩의 간들만 둥둥 ..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8
병풍屛風 병풍屛風 犬毛 趙源善 춘하추동 매난국죽 그림이나 글씨가 재미없더라도 그저 이편에서 놀아야지 아예 저편은 궁금해 하지도 말아야 해 누구라 가고 싶어 갔을까마는 거기 향 연기 매캐하고 진짜 캄캄할 게야 하기야 언젠가 꼭 한번은 재채기 꾹 참고 거기 누워있겠지만.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7
입술 입술 犬毛 趙源善 입술이 샘이다 입술이 촉촉하다 입술이 날아다닌다 입술이 새빨간 죄를 부른다 입술 도둑은 즉결 처분해야한다 입술 못 지킨 CCTV는 무용지물이다 입술 아래에 강력한 부비츄랩을 설치한다 입술이 열리는 순간 인정사정없이 바로 터진다 입술의 파편조각들이 죽어나자빠져 사방에 ..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7
일진日辰 일진日辰 犬毛 趙源善 솔숲에 박새 두 마리 숲이 온통 제 것인 양 조잘조잘 풀밭에 개미 두 마리 밭이 온통 제 것인 양 속닥속닥 하늘에 구름 두 덩이 팔방이 온통 제 것인 양 우르릉우르릉 박새야 개미야 어서 짐 꾸려라 하느님 심통 터져 된 소나기 뿌리신단다. <1007>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