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게 犬毛 趙源善 향긋한 생선 비린내에 홀린 게 화근이다 앞으로 달아나면 쉽게 잡힐까하여 기를 쓰고 옆으로 달아나본다 다리숫자가 많다고 좋은 게 결코 아니다 눈 작은 게 또한 흠이다 살도 별로 없는 게 왜 맛이 있는가 말이다 무치거나 삶거나 졸여지는 게 고통스러워 솜털들이 곤두선다 뼛속 하..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6
무 무 犬毛 趙源善 토실토실한 장딴지를 그윽이 바라봄이 첫째요 우걱우걱 씹는 달짝지근함이 둘째요 끅- 내뱉는 트림의 느긋함이 셋째요 가지런히 곱게 쓸어 날로 혹은 데쳐 버무린 살캉살캉함이 넷째요 사각사각 베어져 보글보글 하얗게 우러난 진국의 칼칼함이 다섯째요 뭉텅뭉텅 잘라져 새빨갛게 .. 詩 (2010년 6월-12월) 2010.07.03
자기진단 자기진단 犬毛 趙源善 입에 올리기 좀 뭐한 얘기지만 그 냄새가 지독하게 고약하면 전날 오지게 술 마셨거나 아니면 어느 한 구석 몸이 아픈 때고 그 냄새에 전혀 무심하면 별 값어치 없이 주섬주섬 대충대충 지내는 때고 그 냄새가 구수한 날은 앞뒤로 그 무렵 아주 기분이 좋은 때다. <1006> 詩 (2010년 6월-12월) 2010.06.30
왕과 나 왕과 나 犬毛 趙源善 왕의 이름이 석자다. - 나도 이름이 석자다. 왕이 밥을 먹는다. - 나도 밥을 먹는다. 왕이 물을 마신다. - 나도 물을 마신다. 왕이 술에 취한다. - 나도 술에 취한다. 왕이 웃는다. - 나도 웃는다. 왕이 오줌을 싼다. - 나도 오줌을 싼다. 왕이 매를 맞는다. - 나도 매를 맞는다. 왕이 피를..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7
[스크랩] 비둘기 낭囊 비둘기 낭囊 犬毛 趙源善 순간 입이 쩍 벌어지며 탄성이 절로 나오고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는다. 대자연이 만든 걸작 여체의 신비라거나 비둘기집이라거나 한마디로 비경이다. 난 넋을 잃었다. <1006>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6
축구공 축구공 犬毛 趙源善 휘어 차면 휘어 나가고 바로 차면 바로 나가고 깎아 차면 깎여 나가고 밀어 차면 밀려 나가고 돌려 차면 돌아 나가고 이리 차면 이리 나가고 저리 차면 저리 나가고. 온몸 걷어차여 시퍼렇게 멍들어도 좋다 절대로 아무렇게나 막 나가지는 않는다. 날마다 얻어맞아도 오기로 똘똘 ..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5
분갈이 분갈이 犬毛 趙源善 토요일 오후가 텔레비전을 베개 삼아 뒹군다. 아내의 옹알이를 참다못해 산세베리아의 치마를 훌렁 벗기니까 금방 망가진 허리춤이 오줌 싼 아기처럼 칭얼거려서 투덜투덜 손톱 밑을 이쑤시개로 더듬다가 결국 수치심마저 외면한 알몸을 물고문 하던 참에 초라한 변태의 시선이 ..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4
비밀일기 비밀일기 犬毛 趙源善 겨우일주일쯤되었을까 정해진규칙이무턱대고싫은날이었나보다 하늘이나새나나무나흙이나개미나술이나세상모든것들이. 그래서내멋대로나만아는그림과기호로끄적거려놓은간단한일기한줄 동그라미속점두개와무슨적분의인테그랄표시와뒤집어진오메가와빗금세줄과별모양 ..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1
화성인火星人 화성인火星人 犬毛 趙源善 우주여행 길에 지구별이 하도 시끄러워 잠시 드려다 보니 조그만 풍선 하나 가지고 발로 머리로 주거니 받거니 뛰어다니며 막았다는 둥 넣었다는 둥 두 편으로 나뉘어서 울긋불긋 옷치장하고 이겼다 졌다 고래고래 소리소리 지르며 피리불고 장구치고 난리 법석 광란 아무.. 詩 (2010년 6월-12월) 2010.06.21
불 불 犬毛 趙源善 샘이 큰 강을 따라 서해바다와 남해하늘 그리하여 금수강산 온 구석구석 풀뿌리까지 겉도 속도 온통 장미꽃잎보다 더 붉게 활활 타오르는 대-한-민-국. <1006> 詩 (2010년 6월-12월)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