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발 망발 犬毛 趙源善 바람 한 조각 샌다고 문짝 뜯어내더니 마당 귀퉁이 딱 한 자 파 뒤집고는 수맥 아니라한다 빈 자리 겨우 메운 개뿔들 제 분수 모르고 까부는 세상 머리카락 휘둘려 멍석말이 당할 날 짐작도 못하고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얼굴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 구름만 보지 말고 하늘.. 詩 (2010년 6월-12월) 2010.09.23
비누 비누 犬毛 趙源善 내 속살 도려내 임의 때를 벗기고 내 향기 버무려 임의 얼굴 곱게 하거늘 내 정성 다해도 임의 마음 여전히 검으니 내 꿈 거품처럼 임의 그림자로 사라지네. <1009> 詩 (2010년 6월-12월) 2010.09.16
귀머거리 귀머거리 犬毛 趙源善 관상학적으로 잘 생겼다는 것은 말 뿐인 겉치레다 잘 들리느냐 안 들리느냐가 중요하지 게다가 골라서 듣는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서 이쪽으로 듣고 저쪽으로 흘리라고 하는 데 이쪽에서도 왕왕 거리고 저쪽에서도 왕왕 거리고 이쪽을 막으면 저쪽으로 쳐들어와 흘릴 길이 없.. 詩 (2010년 6월-12월) 2010.09.16
맥에게 보내는 편지 맥에게 보내는 편지 犬毛 趙源善 무어라중얼거리긴하는데네말을통알아들을수없으니 너만답답한게아니라나도속상해미칠지경이다 그윽히눈마주보아도내게는전혀느껴지지않으니 어쩌란말이냐차라리내가아팠으면좋으련만 내사랑이부족하다고야속히여기지마라 나보다네가훨씬더늙어서네나이에큰.. 詩 (2010년 6월-12월) 2010.09.13
약수 약수 犬毛 趙源善 달다 쓰다 짜다 시리다 톡 쏜다 밋밋하다 찝찌름하다 입이 참 해박한 사람들이다. 물맛 모르는 나는 무식이 드러날까 두려워 입을 앙다문다. <1009> 詩 (2010년 6월-12월) 2010.09.11
주머니 주머니 犬毛 趙源善 보여주기 싫은 것과 감추고 싶은 것 아주 몹쓸 것과 무척 중요한 것 이것저것 잔뜩 구겨 넣었더니만 울룩불룩 비죽비죽 늘어지다가 뻥 터져 와르르- 우수수- 우 와 주머니 없으니 참 편하다 꿰매지 말자 죽을 때까지. <1009> 詩 (2010년 6월-12월) 2010.09.09
낫 낫 犬毛 趙源善 그가 네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음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네 낫을 그에게 안 빌려주면 이는 원수지간이고 그가 네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음을 분명히 기억하면서 네 낫을 그에게 빌려주면 이는 미움이요 그가 네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음을 아주 깨끗이 지워버리고 네 낫을 그에게 빌려주.. 詩 (2010년 6월-12월) 2010.09.09
부부 부부 犬毛 趙源善 한적한 강변 분수 놀이터 옆에 작은 트럭 한 대가 섰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적재함에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언덕 위 멀리에서 보아도 무척 연세가 많아 보입니다 움직임이 느릿느릿하지만 하시는 일에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천막을 말아 올려 줄로 묶고 탁자를 조립하고 .. 詩 (2010년 6월-12월) 2010.09.08
야속 야속 犬毛 趙源善 인천과 청계천과 영등포와 경동시장의 성냥공장과 봉제공장과 가발공장과 작부집에서 금순이와 영옥이와 미란이와 진숙이가 딸로 누나로 언니로 그리하여 어머니로 만신창이 마다않고 피눈물로 밤새워 불 밝힌 사연을 기억하자 어느 누가 어미 없이 태어났다하더냐? 어느 누가 이 .. 詩 (2010년 6월-12월) 2010.09.04
스티그마 효과 스티그마 효과 犬毛 趙源善 어쩌면 내 코가 피노키오 코보다 더 길어질지 모르지만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맺어준 것이 아니고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아프로디테가 슬쩍 훔쳐간 것이다. <1009> 詩 (2010년 6월-12월) 201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