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년 6월-12월)

부부

犬毛 - 개털 2010. 9. 8. 19:38

부부

犬毛 趙源善



한적한 강변 분수 놀이터 옆에 작은 트럭 한 대가 섰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적재함에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언덕 위 멀리에서 보아도 무척 연세가 많아 보입니다

움직임이 느릿느릿하지만 하시는 일에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천막을 말아 올려 줄로 묶고 탁자를 조립하고 아이스박스와 물통을 내리고

전등을 매달고 의자를 놓으시더니

차 안에서 할머니를 부축하여 손을 꼭 잡고 내려옵니다

어딘가 몸이 좀 불편하신 가 봅니다

할머니의 참견이 있을 때마다 한 동안 두 분의 눈이 마주치고

곧 할아버지는 다가가서 할머니의 등을 토닥이고는 무던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치킨 콜라 2000원, 각종 음료수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세워집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살그머니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 아시면서도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참 잘 하십니다

좌판위에 컵라면과 또 무엇인가를 꼬물꼬물 정리합니다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개업 준비가 됐나봅니다

내가 산책을 멈추고 지켜본 지 무려 한 시간이 좀 지나서 아담한 점포가 꾸며졌습니다

어서 가자고 아까부터 끙끙거리는 개를 품에 안고

두 분의 아름다운 모습에 몰두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나는 오늘의 첫 손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북 억양에 놀라 여쭈니 신의주라 합니다

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도 고향이 황해도 신계입니다

닭고기 가루 튀김과 콜라 한 컵을 사고는 만원을 내밀고 거스름 필요없다 말씀드리니

정색을 하시며 고개를 저으시는 할머니와 빙그레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그저 두 분이 소일삼아 하시는 일이랍니다

망설이다가 캔 콜라 두 개와 오징어 한 마리를 더 집어 들었더니 3500원을

정확히 거슬러 주십니다

많이 파시고 또 오래도록 두 분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리고는 돌아섰습니다

난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에 마음이 짠해져서 그만 눈물이 솟았습니다

불쑥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지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우리 부부도 누군가 먼저 죽을 때까지 저 분들처럼 저렇게 살렵니다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개가 흘끔흘끔 내 눈치를 봅니다.

<1009>

 

 

 

 

*혹시 이 사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누를 끼칠까 걱정됩니다.

 제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좋은 그림 입니다.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두 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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