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절물에서의 김밥은 목이 메이더라

犬毛 - 개털 2018. 6. 25. 13:06

절물에서의 김밥은 목이 메이더라
견모 조원선

절에 물이 나서 절물이라고?
물이 나는 곳에 절을 지었겠지
물 한 모금 씹는다
장생의 숲길을 걸으면 오래산다?
오래오래 사는 건 숲이지
향기 한 줌 줍는다
까마귀가 김밥을 먹는다?
까마귀를 위해 김밥을 싸 온 게다
늪 - 깔대기 - 삶은 콩 - 찹쌀풀 - 미끼 - 날개 - 하늘 - 추락 - 죽음 - 불쑥 씨이튼의 생각을 마신다.

어느날 여기서 영화를 찍었지. 소를 그리던 화가의 아들을 파묻는 동네뒷산. 눈물을 찍어내는 딱 한 장면. 대사도 없는 마을영감으로.

물 나는 곳에 절을 지었고 거기 숲을 꾸민 거야 오래살려고 그러다가 콩 밝히는 까마귀처럼 다들 앞다투어 꼬꾸라져 죽어갔지
난 잠시 천국을 슬쩍 구경하는 거야.

아하! 그래
그리하여
영원히 불사장생하는 건 숲 뿐이지!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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