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년)

제주 수선화

犬毛 - 개털 2015. 5. 28. 10:35

제주 수선화

犬毛 趙源善

 

 

내 눈이 파랑바다 큰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영숙이 때낀 뒷덜미 보시시한 솜털

금순이 도톰한 볼따구니 송송 뿌려진 주근깨

정옥이 누런 덧니사이 살짝 눌러앉은 고춧가루

깜장고무신과 꽁보리밥과 광목책보자기

파도가 들쳐 업은 바람 따라

다랑쉬 들판에 밀려오는 샛노란 추억.

 

나르키소스와 아메이니아스와 에코

네메시스의 저주와 헬리콘산의 샘물

누가 죽어서 피운 꽃

내가 죽어야 피는 꽃.

 

일출봉 앞 바다에 개털 한 오라기 떴다

둥실 두둥실

오너라! 오너라!

바둑이 데리고 어서 이리 오너라!

아 아!

섬은 헤어날 길 없는 늪

한라산의 목에 기를 쓰고 매달린 건

수선화다.

 

거울 속의 꽃 때문에 나는

어지러운가보다.

<1505>

 

'詩 (2015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5.05.28
바람  (0) 2015.05.28
쉬파리  (0) 2015.05.28
코끼리  (0) 2015.05.28
제맘먹기에달린행복  (0) 201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