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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일인一人 무언無言 단막극單幕劇)

犬毛 - 개털 2008. 10. 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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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일인一人 무언無言 단막극單幕劇)

犬毛 趙源善


*주의: 등장인물 - 남자

       상황 - 무대 좌우에 꽤 높은 둑. 둑을 가로질러 외나무다리 하나.

       효과 - 드럼소리로 동작의 완급을 느리거나 혹은 빠르게 적절히 표현.


막이 오르면.


제 1 장

<스폿 라이트 서서히 밝아지면>

좌측 외나무다리의 끝에 남자 등장.

생각. 잠시 사이.

양손을 들고 균형을 잡아 본다. 갸웃.

천천히 하나 둘 세 걸음 내딛는다.

기우뚱. 허겁지겁 앉는다. 엎드린다.

엉금엉금. 얼떨결에 외나무다리를 감싸 안는다. 순간 몸이 빙글 돌아 손과 발로

외나무다리를 꼬아 감은 채 매달린다. 다시 되오르려 애쓴다. 버둥버둥.

몸을 비틀어 올려 엎드린 자세로 기어오른다.

생각. 잠시 사이.

천천히 일어선다. 조심조심 엉거주춤 뒷걸음질로 한 걸음. 기우뚱.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리며 외나무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비명소리.

바닥에 털썩 떨어지며 굴러 넘어진다. 잠시 사이.

툭툭 털고 일어서서 팔 다리를 흔들어 본다. 조금 아프지만 정상이다.

생각. 잠시 사이.

외나무다리를 올려다본다.

좌측 둑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스폿 라이트 약간 어두워 졌다가>


제 2 장

<스폿 라이트 서서히 밝아지면>

좌측 외나무다리 끝에 약간 흐트러진 모습의 남자.

생각. 잠시 사이.

양손을 들고 균형을 잡아 본다. 갸웃 갸웃.

이윽고 천천히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걸음 내딛는다.

기우뚱....... 

<이하 1장과 같은 순서의 동작을 반복한다.>


제 3 장 제 4 장 제 5 장 계속해서 성공의 걸음수가 세 걸음씩 늘어가지만 뒤는 여전히 똑같은

실패의 반복.

단, 생각하는 시간과 잠시 사이의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실패하는 모든 동작도 거의 습관적으로

능숙해지며 어떤 재미를 느끼는 묘한 표정으로 점점 신이 들려 자신의 행동을 즐기는 듯 하다.

무대가 크면 다 건너 갈 때까지 관객이 짜증날(?) 정도로 더욱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해도 좋다.


마지막 장

전장에서는 거의 끝까지 가서 실패했지만 여전히 좌측으로 기어 올라와 또 시도한다.

결국 큰 어려움 없이 아주 쉽게 저벅저벅 외나무다리의 통과에 성공하여 우측 둑에 도착.

뒤돌아선다.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환성을 지른다.

생각. 잠시 사이.

무언가 결심한 섬뜩한 표정.

휙 뒤돌아선다. 이번에는 뒷걸음질로 건너기를 조심조심 시도한다.

하나 둘 셋 아슬아슬. 넷 다섯 여섯 비틀비틀. 일곱 여덟 아홉 흔들흔들.......

결국 다리의 가운데서 중심을 놓쳐 주저앉으면서 1장과 같은 동작으로 엎드렸다가 대롱대롱

매달리는데.

땀 뻘뻘 흘리는 자못 심각하고 엄숙한 남자의 표정.

<스폿 라이트 어두워지며>


막이 내린다.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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