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犬毛 趙源善
그러면 안돼.
가만히 살펴봐
저 담겨지는 그릇 모양대로 꾹꾹 잘 참지
잘 났다 나대지도 않아
욕심 없이 제 주제만큼 똑같이 키가 일정해
틈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 슬쩍 저를 낮출 줄도 알아
깊은 속에서부터 열 받으면 가끔 치솟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순리 따라 아래로만 흐르지
냉정해질 땐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져버리기도 하지만
가로막히면 괴였다가 돌고 돌아 굽이굽이 먼 길도 잘 다녀
바로 우리 목숨이 그 손안에 잡혀 있다는 사실 명심해야 돼
일단 뒤틀려 성나면 세상 어느 누구도 못 말리거든
금수강산이라
아주 흔하고 흔하지
어려움 전혀 없을 것 같아
눈만 돌리고 손만 내밀면 어디고 널려있어서 중한 줄 모르지
복에 겨워 너무 쉽게 누리면 안돼
우리네 삶의 원천 아무쪼록 공경해야 해
이미 슬슬 불만이 쌓이기 시작 했어
하늘에서 땅에서 한 방울 한 방울씩 엄청난 재앙의 덩어리로 자라는 중이야
쑤시고 후비고 파헤치고 짓밟고 침 뱉고 휘젓고 썩히고 버리고
함부로 막 하지 마 제발.
곧
피눈물로 후회할 때가 온다니까
머지않아
금방.
<0709>*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개구리 (0) | 2007.09.15 |
---|---|
끈 (0) | 2007.09.13 |
설사 (0) | 2007.09.11 |
@#$%&*----- (0) | 2007.09.11 |
쌀 (0) | 2007.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