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立場
犬毛 趙源善
맛나게 드실 때
오로지 댁을 위해 한 목숨 피와 살 바친
닭과 돼지와 소들을 단 한번이라도 기억해본 적이 있으신지.
모년 모월 모일에 인육 즐기는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한다 하더이다.
그저 주는 대로 모이나 먹으며 우리에 갇혀보셔
목울대 잘리고 불알 도려내어져 끈으로 질질 끌려 다녀보셔
잠도 못자고 꼿꼿이 서서 밤낮없이 베토벤의 교향곡만 들어보셔
산채로 지글지글 엉덩이에 시퍼런 등급낙인 찍혀보셔
적당히 살찌면 아무리 버티어도 막무가내야 바로 제삿날이라 생각해보셔
달랑 잘려진 임의 반짝이는 머리통이 지폐 입에 물고 피식 웃는 꼴 상상해보셔.
지금 귀하가 먹이사슬의 꼭대기라는 사실
잔악의 극치야
마음 저 깊은 구석 아주 조금이라도
무거워해야지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죄를
아 아.
<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