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시장
犬毛/趙源善
치근치근 은근슬쩍 목덜미 파고들어
끈적끈적 바지가랑이까지 넘보며
때 절대 안 놓치는 장마 비가
참 야속하다
대한민국처럼 우뚝 선 아파트는 젖은 성냥갑같이 팅팅 불었고
월드컵 아우성 닮은 빗방울이 알뜰시장 천막을 사정 안두고 두들겨 패면
파는 이 목청껏 악에 받쳐 떨이를 입으로 팔고
사는 이 고개 갸웃갸웃 눈으로만 악을 흥정한다.
축축하다고 제 날이라 조심조심 산책 나온 지렁이
순식간에 모가지 잘리고 허리 비틀려
이리저리 짓밟혀 비명질러도
아무 소용없는 일
그건 불쌍하지도 않다고
지팡이 부러진 지 오래 우산 벌써 망가진 데다 신문고마저 찢어놓았으니
제 깐에 하늘이라고 거기 비구름 시커멓게 꾸역꾸역 가득 들어 차
궐문 꼭 닫아걸고 임금도 신하도 선량도 다 저쪽 딴 세상에 사는 걸
신발 앗아가더니 양말 벗으라고
허리띠 빼가더니 바지 벗으라고
모자 벗겨가더니 머리털 쥐어뜯고
하나 남은 숟가락까지 내 놓으라니
“@#$%^&*! @#$%^&*! 띵까띵까 띵까띵까”
못 알아듣는 수준이 문제라네
도대체
이
뭔 소리?
장마 비 냄새 후줄근한 알뜰시장에서 사고파는 건
우리네 싸구려
여기서 악 저기서 악
악 악 악 뿐이니
진짜로
알뜰하긴 알뜰하다.
<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