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알뜰시장

犬毛 - 개털 2006. 6.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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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시장

犬毛/趙源善



치근치근 은근슬쩍 목덜미 파고들어

끈적끈적 바지가랑이까지 넘보며

때 절대 안 놓치는 장마 비가

참 야속하다

대한민국처럼 우뚝 선 아파트는 젖은 성냥갑같이 팅팅 불었고

월드컵 아우성 닮은 빗방울이 알뜰시장 천막을 사정 안두고 두들겨 패면

파는 이 목청껏 악에 받쳐 떨이를 입으로 팔고

사는 이 고개 갸웃갸웃 눈으로만 악을 흥정한다.


축축하다고 제 날이라 조심조심 산책 나온 지렁이

순식간에 모가지 잘리고 허리 비틀려

이리저리 짓밟혀 비명질러도

아무 소용없는 일

그건 불쌍하지도 않다고

지팡이 부러진 지 오래 우산 벌써 망가진 데다 신문고마저 찢어놓았으니   

제 깐에 하늘이라고 거기 비구름 시커멓게 꾸역꾸역 가득 들어 차

궐문 꼭 닫아걸고 임금도 신하도 선량도 다 저쪽 딴 세상에 사는 걸

신발 앗아가더니 양말 벗으라고

허리띠 빼가더니 바지 벗으라고

모자 벗겨가더니 머리털 쥐어뜯고

하나 남은 숟가락까지 내 놓으라니

“@#$%^&*! @#$%^&*! 띵까띵까 띵까띵까”

못 알아듣는 수준이 문제라네

도대체

뭔 소리?


장마 비 냄새 후줄근한 알뜰시장에서 사고파는 건

우리네 싸구려

여기서 악 저기서 악

악 악 악 뿐이니

진짜로

알뜰하긴 알뜰하다.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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