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점심

犬毛 - 개털 2005. 12.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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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犬毛/趙源善



다 먹긴 먹었는데.


까꿍

바지락 칼국수 국물 속

터럭까지 다 뽑힌 빈 조개껍데기가 헤프게 웃는다.


문득

가지런히 접시에 자빠진 김치 속에도

벌건 피 묻은 보광사寺의 비석 몇 개가 모텔거울처럼 으스대고

살 허옇게 징그러운 어미회충이 요분질 한다.


끄윽

억지로 밀어 넣은 밀가루덩이가 시큼하게 뱃속에 풀리면

세사에 고달픈 간은 삽시간에 팅팅 부어오른다.


푸우

성질 죽이는 입가심으로 담배 한 개비

물끄러미

옆자리 해물전골냄비를 본다.


섬뜩

거기 비틀리는 낙지다리의 빨판이 아주 보시시하여

괜스레

입맛이 쓰다.


에이!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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