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모 조원선

욕심=애원 <犬毛/조원선> 나도 가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만 한다면 내가 네 앞에 먼저 가야해. 너 홀로 남는 건 난 알바 아니야 나 홀로 남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어. 제발, 먼저 가지마! 그건 안돼.(0411)

재수옴붙은날<犬毛/조원선> 새벽에화장실에서개똥밟았다. 세상에밥먹다돌이우다닥씹히더니 미등을밤새켜놔차시동이안걸려 눈씻고봐도택시가없어 버스타고보니만원짜리뿐 문앞에서또사장만나 안경이행방불명아무것도안보여 구내식당에선갈비탕엎지르고 화장실에선휴지땜시십오분쭈그려앉..

희망<犬毛/조원선> 방정식인가를배울때우리가모르는어떤것을X라하고또다른 어떤모르는것을Y라고하여X더하기Y가Z가되었다고한다 그런데모르는어떤것을X라고했다면그건이미아는게아닌가? 모르는어떤것이Y라면그것도이미아는게아니던가? 그X와Y를더한게Z라는데도대체무얼모른다고하는가? 모르..

술<犬毛/조원선> “아이구 왜? 그 속알머리털을 다 걸지?“ 마누라가 대놓고 비웃어도 할 말 없음 난 찍 소리 못하고 꼬랑지 내림 손가락 발가락 장 지져 먹은 게 백번도 넘어. 님도 해봤죠? 그 꼬라지로 거울 보셨잖아 뭘! 눈알 벌개서 똥통 끌어안고 때 낀 검지손가락 꾸겨 넣고 죄 없는 목아지 핏..

내 탓<犬毛/조원선> 남의 눈에 쏜 살 남의 입에 먹인 썩은 떡 남의 얼굴에 뱉은 침 남의 가슴에 던진 돌 남의 배에 꽂은 칼 남의 등판에 덮은 욕 남의 발등에 쏟은 물 남이 당하면 다 별거 아니지. 남의 호주머니에서 꺼낸 돈 남의 마음에서 훔친 정 남의 잔에서 마신 술 남의 땅에서 캐낸 힘 남의 것..

엉아<犬毛/조원선> 아기 달디 단 찌찌 입에 물고 남은 찌찌 몽실 손으로 쥔 채 예쁜 욕심 호 호 쉬며 옹알 옹알 무지개나라 훨 훨 코 코 잠자면. 엉아 심술이 볼텡이 주렁주렁 생선 노리는 고양이처럼 살곰 살곰 몽실 손 밖으로 비어진 꿀단지 찌찌 한번 만지려고. 엄마 “쉬 잇 ! 아기 깬다. 엉아가 ..

선생先生의 행복<犬毛.조원선> 날마다 나는 입이 찢어집니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호박 비취 진주 산호 금 은 옥 엄청난 보석 ! 나는 찢어진 입이 더 찢어집니다. 쌈박 영롱 봉긋 단단 반짝 향긋 아롱 슬기 낭랑 청초 풋풋 우아 어찌 무어라 말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무한無限..

묘적사에서 < 犬毛 / 조원선 > 봄 처녀 가랑머리처럼 비릿하게 꼬인 계곡 깊숙이 문둥이 구걸바가지 뒤집어진 산자락은 언제나 서럽다. 솔 박새 비이비이 웃고 삭정이 건들건들 춤추면 보살님 빨래 널 때 고뇌만큼이나 뚝 뚝 떨어지는 저 억척 깨진 항아리 굴뚝에 업혀 모락모락 숨쉬고 봉당아래 ..

핸드폰 유감 <犬毛.조원선> 난 몰라요 정말 몰라요. 사진도 못 찍고요 문자도 못 보내요 번호저장도 못해요 벨소리도 못 바꿔요 알람해제도 못해요 그저 오는 전화나 받고 진동으로 바꾸는 거 하고 오는 문자나 읽지요 그것도 돋보기 끼고요 그나마 문자오는 게 다 이런 것 “홍길동 장모 별세. 천..

딸기 네 개 <犬毛.조원선> 아내가 네 밤 자고 온다며 비행기타고 여행 갔다. 나갈 때 문단속 잘하고 전기장판 꼭 끄고 가스 잠그고 밥통에 밥 냉장고 반찬 개밥 주는 거 잊지 말고 중얼 중얼 중얼 중얼 - - - - - - - - - - 딸기 네 개씩 꼭 먹어야 해. 알았지? 두 밤 지났다. 밥통 열어본 적 없고 딸기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