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년)

쑥! ㅡ 이렇게 산다. 개털!

犬毛 - 개털 2015. 7. 21. 21:46

쑥! ㅡ 이렇게 산다. 개털!

犬毛 趙源善

 

님들은 쑥 맛이나 쑥 향을 아시는가?

 

어젯밤 모기에 시달리는 몽둥이에게 모기향을 피워줬지만. 새벽에 보니 엄청 뜯겼다. 배부른 모기가 몽이 발아래 뒤뚱거려 잡았더니 피가 낭자하다. 새벽 산책 후 다시 나가 쑥을 베어왔다. 적당히 펴서 말려놓고는 솜털과 함께 마당 한 가운데 함지박에 물을 채우고 자연온수를 만들어서 한낮에 몽둥이들을 차례로 목욕시켰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우리는 중노동이지만. 연놈들이 목욕 마치고 기분 좋게 노는 동안 생각했던 작업시작. 창고속에 나뒹굴던 찌그러진 알미늄냄비를 펴고 그 위에 적당히 쇠 선반을 걸치고. 이건 다 재 활용품.

솜털이 또 뭔 잔재주를 부리냐며 제발 낮잠이나 한 잠 자라한다. 암튼 내 체중이 63키로그램까지 빠졌다. 모르겠다. 키도 3센티미터 줄고. 나 참. 170 에 72 였다.

드디어 완성. 바닥에 쏘시개를 넣고 쇠 선반을 걸치고 덜 마른 쑥을 올리고 불을 지피면 되리라. 통풍구는 없다. 불완전 연소가 되야 불이 오래간다. 안되면 다시 만들고.

펄펄 날뛰던 내가 육십 두살에 제주도 낡은 농가주택 마당에 혼자 쭈그리고 주저앉아 개새끼들 모기쑥불 피워줄 찌그러진 냄비나 두드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으 하하하하다 정말. 진짜로 완전 개털이다. 자칭 개털이라 너불거리며 다녔어도 이렇게 진짜 개털로 살게 될 줄이야. 날 사람 만든 솜털이 행복하면 끝이다. 그런데 솜털이 행복 하단다. 거기다가 나도 좋다. 솜털 개털 우리 둘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자식농사 시집 장가 다 보냈으니. 그럼 됐지 뭐. 내 부모님 다 하늘가신지 오래고 장모님 한 분 계신데 새집 다 지으면 모셔올 거고.

아 하! 저녁엔 마당 한 가운데다 모기쑥불 피우고 몽둥이 연놈이랑 시시덕거리며 솜털이랑 쑥 향을 즐기면서 막걸리나 한 잔 해야지.

개털 ㅡ 이렇게 산다.

허허허.

<150717>

 

'詩 (2015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정 56 밴드의 7대 불가사의  (0) 2015.07.25
행복은 누리는 사람의 것 - 주워갖는 사람이 임자  (0) 2015.07.25
파리  (0) 2015.07.21
변신  (0) 2015.07.21
바람의 맛  (0) 201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