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년)

그래! 나는 바람둥이다!

犬毛 - 개털 2013. 4. 17. 01:30

그래! 나는 바람둥이다!

犬毛 趙源善

 

 

이제

나는 솔직히 털어놓고 고백한다.

 

내가 첫 바람을 피운 것은 마흔 여섯 살이다.

(마흔에 어머님, 마흔 다섯에 아버님을 여의었으니까.)

그 때부터 나의 바람기는 용감하게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오십 팔세까지 십 이년 간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일 년에 두 번씩 정확히 바람을 피웠고

은퇴한 오십 구세부터 지금까지는 작업(?) 횟수가 많이 늘어 대략 두 달에 한 번씩 바람을 피웠다.

아무런 문제없다. 몸도 잘 견디고 있으며 다만 경제적으로 돈이 좀 아쉬운 형편일 뿐.

초반에는 닥치는 대로 막 나가다가, 중반에는 목표를 조금 멀찌감치 잡아 신나게 놀았고,

요즘은 원하는 입맛대로 골라서 알차게 즐긴다.

맛이란 것이 끊임이 없다. 그 맛이 다 그 맛일 것 같지만 이 맛 저 맛이 제각각 특징이

있어서 맛에 빠지다보니 완전히 중독되어 헤어날 수가 없다.

이놈의 바람기가 주책없이 스물 스물 솟아나기 시작하면 도무지 말릴 방법이 없어서

덕분에 계속 날아드는 카드청구서의 액수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되도록 돈 덜 들이는 바람피우기를 열심히 연구하는 데도 말이다.

이 고약한 바람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저 놈 부러워 미치겠다.”고 친구들에게서 지탄을 받으면

“이 놈아 너도 바람피우면 될 거 아니냐?”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주체할 수 없이 펄펄 넘쳐나는 나의 이 씩씩한 바람기를!

 

그렇다면, 댁의 마누라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나?

야, 이 자식 이거 사람도 아니네! 이런 개새끼 봤나!

 

어 허, 그게 아니고.

아니, 내가 무슨 형편없는 미친 나쁜 죄를 졌어? 늘 둘이 같이 즐기는데 뭘 그래.

그래 나는 바람둥이다. 바람둥이야!

 

그런데 이 바람은 말이야,

내 사랑하는 아내와 항상 손잡고 함께한 해외여행의 바람이다 왜?

자, 이래도 내가 죽일 놈이냐?

허 허 허.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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