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犬毛 趙源善
그가 이 앞에 설 수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터
운명이란 비구름 사이 한 줄기 빛 같은 것
길은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 여기서부터 열두 방향으로 뚫려
형형색색 발 달린 크레파스들이 마로니에 아래 북적거리지만
담배연기 자욱한 샹젤리제는 더 이상 샤넬의 천국이 아닌 가 보다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의 뒷맛이 휑하니 씁쓰레한 까닭은
분명 천천만만 영혼들이 드러누운 거대한 고인돌 때문이리라
죽어서 영웅은 없다
살아 생각하는 자만이 오로지 영웅인 것
찬란한 무덤일 뿐
개선장군은 과연 누구일까?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