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犬毛 趙源善
길이 미어지고 차가 꾸물거려도 좋다
호기로 카드 빚내서 지갑을 채웠어도 좋다
손이 가볍던 무겁던 간에 옛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게 좋다
어찌됐든 간에 사방에 모두 즐거운 얼굴이라 좋다
돗자리위에 북어 한 마리 부침개 두어 조각 송편 몇 알 소주 한 병이라도 좋다
삼백 육십 다섯 날 중 이렇게 며칠만이라도 핏줄끼리 옹기종기 모이니 좋다
주름투성이 부모님 못 박힌 손 오랜만에 만져서 좋다
알토란같은 손자 놈들 토실토실한 궁둥이 보듬어서 좋다
둥그런 달이 환히 밝혀주는 고향의 밤이 좋다
내일 일이야 내일 생각하기로 맘 비우니 아무튼 속 한번 편해서 좋다
이만큼 사는 게 조상이 내린 축복이라 머리 숙여 감사하니 좋다
모처럼 정과 사랑과 추억과 기쁨을 오순도순 서로 나누니 좋다
무얼 먹어도 그저 웃음으로 배가 잔뜩 부르니 좋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억지라도 좋다
오늘이 좋다
명절이 좋다
추석이 좋다
정말 좋다.
<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