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상서上書

犬毛 - 개털 2007. 6.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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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上書

犬毛 趙源善


이번에

버리지만 말아 주시길

한 번 더 제게 삶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더욱 더 짓밟혀도 꾹꾹 눌러 참을 것이며

꺾어진 뒤통수가 문드러져도 묵묵히 견디겠사오니

꼼꼼 자세히 살펴보셔서

제발

물 찍어 고양이세수라도 시켜주시고

터진 볼때기도 대충 꿰매 주시고

찌든 깔창도 빨아주시고

닳아 삐뚤어진 밑굽도 갈아 주시옵소서

싸구려 일회용 유행이 장마처럼 쏴아 기계바느질로 사정없이 처 밀고 들어온다고

히히히 우습게 본 제가 진짜 바보였어요

어찌 이렇게

단번에 장마로 휩쓸려 버림 받는가 정말 슬프고 서러워

몸 바쳐 일평생 임 발아래 깔려 살은 그게 죄라면 어쩔 수 없지만

쨍쨍 그 흔한 햇빛 한번 제대로 구경 못한 참으로 가련한 놈입니다요

한 때 시내 일 번가를 휩쓸던 멋과 명예를 과감히 내려놓고

부끄러움과 창피를 무릅쓰며

엎드려 빕니다.


수제화手製靴 올림.

<0706>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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