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
犬毛 趙源善
내 꽃밭은
가만 놓아두어도 저절로 머리 풀고 쫒아오는
봄이니 여름이니 가을이니 하는 우스운 계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철 내내 싱그러운 향기 만발한 그런 곳이라오.
형형색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만가지 꽃들
값을 감히 계산할 엄두도 못내는 무한가치의 예쁜 꽃들이
모두 다 내 손안에 있소
간들간들
나붓나붓 달랑달랑 몽실몽실
방긋방긋 생글생글 야들야들 종알종알
차곡차곡 쿵덕쿵덕 토실토실 파릇파릇 하늘하늘
꽃 속에 묻혀 꽃을 토닥이며 꽃을 주무르다 꽃향기에 취해
허 허 그저 웃다가 좋아 배곯아도 속 쓰림 모르고
날이면 날마다 꽃에 물만 주고 사는 나
이 대단한 꽃장수를 아시오?
그리하여 나는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엄청나게 오만방자한 억만장자라오.
비록
돌에 차이고 가시에 찔리고 비바람 눈서리에 시달려도
꽃밭 기어드는 벌레에 물리며 얻어터져 멍투성이로 너저분해도
꽃장수로 늙은 내 모습 한번이라도 후회한 적은 없소
내 청춘 오로지 꽃밭에 거름으로 바쳐 아까움이 없소
하늘아래 한점 부끄러움도 물론 없소.
오늘도 나는
꽃밭에서 꽃들 쓰다듬으며 꽃과 입 맞추고 꽃노래 흥얼거리니
이 기쁨 이 즐거움 이 행복
그 무엇에 비교하겠소?
나는 사람꽃을 키우는 장사꾼이요
이런 나보고
남들이
철밥통이라 합디다.
허 허 허.
<0703>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