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犬毛 趙源善
제 눈이 보배라
참다못해
꼴불견 누구누구처럼 단식 한다 가부좌하고서
흘러내리는 코 받침 손질하는 돋보기부대 검열
일단
모든 돋보기를 다 집결시켜 줄 세운다.
코 삐뚤어진 제1번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한번 본 다음 제2번 돋보기를 고치고는
제1번 돋보기를 벗어놓고
고친 제2번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한번 본 다음 제3번 돋보기를 고치고는
제2번 돋보기를 벗어놓고
고친 제3번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한번 본 다음 제4번 돋보기를 고치고는
제3번 돋보기를 벗어놓고
고친 제4번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한번 본 다음 제1번 돋보기를 고치고는
제4번 돋보기를 벗어놓고
고친 제1번 돋보기를 쓰고 거울을 보는데 거기까지 너무너무 기분 상쾌하다.
아 아
이 무슨
빛바랜 저기 속 깊은 곳 언덕아래 쭈글쭈글 주름져 패인 후미진 골짜기
여기저기 폐허의 그늘로 드러난 검버섯 밭이라니
어찌하여 어이하여
여태 그걸 몰랐던고.
슬그머니 돋보기 벗고 거울 밖으로 시적시적 나오니
입맛 씁쓰레하여
가슴 속 휑하니 찬바람 훑어간다.
오늘
돋보기 공연히 고쳤나보다.
<0703> 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