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犬毛/趙源善
그림은 아무리 눈을 뜨고 있어도 움직이지 못 한다
아직도 무서운 건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아니라 귓가에 왕왕 울리는 불호령이지
누구나 아무데고 무조건 자꾸 파헤치면 다 샘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
죽자 사자 쥐어짠다고
개천 마른 똥물 하수구에서 용이 나올 수는 없었다
이미 아버지는 다 아셨는지도 모르지만
머리 톱질하고 꼼짝없이 누워 눈 뜨고 말 못하는 오 개월이 어떠셨을까
링거의 줄을 잡고 울면서 항아리를 비끄러매던 못난 놈
아버지의 나
벌써 소갈머리 벗겨진 반 대머리로 세월에 짓눌려
지금 그 핏줄 손자 놈의 어리석은 애비로 저금통 뜯는 물주로만 한 행세 한다
난세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태풍이 내 그네 줄을 흔들어 뒤집는 날
혀 꼬부라진 소리로 쏼라쏼라하는 새끼 앞에
아마 나 홀로 절뚝거릴 게 뻔하다
내 어이하여 내 아버지를 지게에 울러 메었던가
흔들거리는 북두칠성의 파편이 여지없이 눈동자에 들이박혀
아버지 부릅뜬 눈물처럼 가슴으로 흘러들어온다
꺼이꺼이
아 아
아버지 보고 싶은 밤
이리 쪽박 깨고 어찌 일을 손 놓을까나
저 골방 구석 거미줄 그려진
악몽의 지게를 부숴버려야 하는 데
아버지의.
<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