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의사는 사기꾼이다

犬毛 - 개털 2005. 12. 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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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사기꾼이다 

犬毛/趙源善



이제 마무리입니다. 선생님 어디 볼까요? 이쪽은 잘 아물었고...허 허 허 

어? 저...김 간호사 중얼 중얼 중얼......요즘은 거동에 불편하시진 않죠?

좌욕은 잘 하시죠? 수술하신지 한달이 넘었죠? 준비됐나? 약간 따끔

합니다. 주사 세 군데요. 안 아프시라고 마취하는 거니까. 마지막 고리를

빼 드리려고요. 메스. 거즈. 거기 더 당겨. 옳지. 잡아. 괜찮아요.

아프십니까? 오케이. 거기. 지혈. 음 그래. 왼 진땀을 그리 ..... 허 허 허.

주사한대 더 맞으시고. 처방전 받아 가시고. 약은 이틀 분 그리고 오늘밤

일 보지 마시고. 출혈이 좀 심해서 막아 놓았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 오

시면 좋겠는데..... 안 되시나?


으 으 으 으 으

이런 도둑놈! 따끔해? 마취? 안 아프다고? 세상에 오늘처럼 아파보긴

내 평생에 처음이다. 아기 낳는 게 이럴까? 아이고! 아파라.

너무 지독하게 아프니까 눈물이 미처 나올 틈새도 없다. 입술을 악물었다.

저놈이 내게 뭔 짓을 한건지. 째고 벌리고 쑤시고 꺼내고 후비고

틀어막는 걸 느꼈는데. 바지를 치켰는지 돈을 냈는지. 다리가 후들후들

도대체 정신이 없다. 어정거리니까 약사가 이상한 눈으로 본다.

어떻게 차를 몰고 집에 왔을까.


텅 빈 집에 개새끼만 반갑다고 날 뛴다. 벌러덩 누워 천장을 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은 불안한 기분. 거기가 불덩어리다.

내겐 직접 보이지도 않거니와 들여다보고 자세히 설명해줄 아내도 없으니.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렇지만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죽일 X 같으니라고

뭐? 안 아프다고? 잘 아물어서 마무리 한다고? 따끔하다고?

예 라! 이 말짱 사기꾼 같은 자식!

나쁜 X 아.


안 아프다고 살살 웃으며 말하는 한

의사는 

진짜 사기꾼이다.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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