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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샘 이야기

犬毛 - 개털 2005. 7. 6. 23:44
샘泉 이야기 <犬毛/趙源善>


자라 등처럼 가뭄이 골 져 길다.

물 항아리들이 줄지어 질펀하더라.
양반집 담에 붙어서
수백 년
샘泉 깊은 우물
먼 동네서도 꾸역꾸역
날마다 시끌벅적
이제는 물 나눠주기도 싫고
더군다나 물줄기도 시들어가는 것 같아
슬쩍궁
두레박을 감추니
먹을 물 길러온 사람들 원성怨聲이 높아
원님에게 송사訟事 들어갔다고.

왈曰
문제의 근본이 샘이요
샘泉을 샘내어 욕심 부린 이 사건
겉 땅 임자는 확실하나 속 샘 임자는 나라님이라
우물로 인해 네가 일상 피해본다 우기니
샘을 돌로 메워 물이 네 땅에 솟지 않게 하라하여
거지같은 상것들!
꼴 보기 싫어도 인사나 받으며 그냥 참을 걸 공연히 쯧 쯧
결국, 우물을 메웠더라.

물줄기가 목구멍 참다못해 터진 곳이 하필
골목너머 관아官衙 마당 한가운데라 콸콸 솟아오르니
고약한 원님 얼싸꾸나 신바람 나 쪽문 탁 닫아걸고
한 항아리에 한 푼씩 물세水稅를 받더라.

어쨋거나
샘으로 인한 송사訟事 꼬여
양반이고 상놈이고 다 조져버리고
팔자 좋은 탐관오리貪官汚吏만 배때기 두드리더라.

배 아파도 이제는 할 수 없지
나 안 먹으면 남이라도 주어야 덕德이라
괜한
긁어 부스럼
목만 탄다.(0506)

출처 : 샘 이야기
글쓴이 : 개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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