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스크랩] 호박 넝쿨 앞에 서다

犬毛 - 개털 2005. 7. 5. 10:49
호박 넝쿨 앞에 서다 <犬毛/趙源善>


허옇게 드러난 깊숙한 처녀뱃살 위에 기름진 시커먼 배꼽구멍이 치켜든 초록의 육각양산.

장마 뒤 머리 푼 미친 잡풀 호미질 하는 홑바지에 수건 쓴 어머니의 거칠고 투박한 손바닥.

양자강 흙탕물 속에 잠겨 묵묵히 모래자루로 둑 쌓던 중국군인의 끝없이 긴 행렬.

입천장에 쩔꺼덕 달라붙는 참혹한 감촉의 참기름 묻은 산 낙지 빨판.

천원에 묶여 좌판에 늘어서선 마치 침 줄줄 흘리는 듯 윤기 나는 종마장 말 거시기.

퀭하니 썩은 내 풍기며 똥지게 위태롭던 담벼락아래 구덩이 밀짚모자 쓴 아버지 똥바가지.

아기 잎 데쳐 흩어지는 보리알 주워 담아 된장 한 술 찍어 삼키던 밭두렁 점심 참 밥상.

칠월의 땡볕아래 샛노랗게 만세 불러 뭇 벌 나비들 무시로 단 꿀 빨며 쉬어가는 천국.

어느 놈이 네 강한 예쁨 감히 샘내어 꽃도 아니라고 개소리 하더냐.(0507)
출처 : 호박 넝쿨 앞에 서다
글쓴이 : 개털 원글보기
메모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샘 이야기  (0) 2005.07.06
[스크랩] 기 집 뒤  (0) 2005.07.06
[스크랩] 누룽지  (0) 2005.07.04
[스크랩] 첨성대瞻星臺  (0) 2005.07.04
[스크랩] 간판看板  (0) 200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