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마음 다스리기

犬毛 - 개털 2021. 6. 12. 10:14

마음 다스리기
견모 조원선

십여년 전인가 손톱을 깎다가 살점을 뭉텅베어낸 이후로 이제는 손톱한개를 뱅뱅 돌려가며 조그맣게 여러조각으로 나눠 잘라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잘 보이지 않지만 더듬더듬 초정밀작업. 예순여덟 폐품 내 몸에서 아직도 튼실하게 가장 잘 자라는 부위다. 이리하여 손발톱 이십개를 다듬는 시간 십분이 실제로는 늙고 찌들어 괴팍해진 내마음을 살금살금 다스리는 고요한 집중의 시간인 것이다.
(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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