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고양이 사건과 내 성질

犬毛 - 개털 2019. 6. 26. 20:24

 

고양이 사건과 내 성질

견모 조원선

 

아내는 길고양이 2대를 봉양한다. 1대 어미와 새끼 넷 중에 둥이가 줄이 풀려 다 물어 죽이고 남은 새끼 찌질이를 우유와 죽으로 키우더니. 그놈이 커서 이제는 처와 새끼 넷을 데리고 온다.

난 미치겠다. 하얀 마루위에 흙발자국 잔뜩 남기고 밥찌꺼기 흘리고. 때만되면 부엌문앞에 죽치고 앙앙거리고. 묶인 둥이는 고양이만 나타나면 신경이 곤두서는데. 아내는 전혀 무신경.

오늘 아침 사건. 어제 장마대비 작업하며 창고문 열었을 때 기어들어간 새끼들이 갇혔던 것. 아침내 빗속에 어미가 울더니만. 창고 속에 똥오줌 싸놓고 짐틈에 숨어 나오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비는 쏟아지는데. 짐을 치우면 다른 곳으로 튀고. 두 마리인가 잘 모르겠다. 밖에 먹이를 주니 어미가 오고. 어찌 어찌 두시간만에 작전 종료. 다 나간 것 같아 문 닫았다.

사건 처리하는 방법이 문제다. 아내는 "놔 둬! 문 열어 놓으면 나가겠지." 비가 창고에 다 들이치는데? 그게 아니다. 창고는 내 소관. 수시로 드나들며 새끼들이 집 삼아 먹고자고 싸대면? 아직 젖도 안 뗀 놈들인데.

아, 마냥 속 편한 아내가 부럽다. 이런 나보고 당신 성질 정말 더럽다고 구박하는 아내니. 이거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허허허.

(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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