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산侍郞山 박달재
犬毛 趙源善
재를 넘으면서 무지무지하게 외롭다
굽이굽이 돌고 도는 길이 지겹다
꼬불꼬불 비틀어 꼬는 굵직한 지렁이를 본다
닭이 지렁이 먹는 걸 봤다
붕어가 지렁이를 먹는 걸 봤다
닭도 붕어도 다 먹었다
그러니 난 지렁이를 먹은 거나 다름없다
몇 사람만 이리저리 슬쩍슬쩍 통하면 곧 다 아는 사이라는데
도둑이라도 좋으니 사람을 만났으면 좋으련만
꼭대기까지 겨우 까치 한 마리 만난다
까치도 지렁이를 아마 먹을 게다 - 우린 입맛이 같다
그럼 친구다
광장이 텅 비었다
울고 넘는 우리 님아 - 끝도 없이 반복되는 노래가 지루하게 식상하다
도둑바위의 전설이 한 폭 그림이다
저기 산모의 불룩한 아랫배와 질펀히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로 울창한 숲
비어져 나오는 아이의 하얀 머리가 보이는 듯
어머니는 영원히 돌아가시지 않는 법
저리도 아름답게 누워계신다
남자를 잘 모신다는 산
뜸하고 한적하고 컴컴해야 뭔 사단이 생기는 법
박달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음침하다
아무런 울음은커녕 눈물 한 방울 아니 나오고
지린 오줌만 한 줄기 폭포처럼 줄줄
아 아
뭔 대가리 참 시원하다
그래서 시랑산인가?
<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