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도搗飛島에서의 꿈
犬毛 趙源善
새우깡 달라고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어느 날인가부터 흘러내린 바짓단 뒤꽁무니가 자꾸 씹혀
맘먹고 허리춤 쭉 끌어 올리니 헐렁한 꼬락서니가 꼭 찰리 채플린이다
꽉 조이고보니 늘 멈추던 구멍을 두 칸이나 지나쳤다는 사실
앗-하는 순간 시커먼 불안이 먹구름같이 우르르 몰려들고
세상사 핑계아래 넋 놓고 술독 헤엄친 두어 달 동안이 주마등이다
거울 속 벌거벗은 고기 덩어리 여덟 근이나 잃어버린 모습 제법 날렵하다
불쑥 예보 무색한 국지성폭우가 뒷골을 때리니 희뿌연 발밑이 어화둥둥 어지러워
이것이 청신호냐 적신호냐 득이냐 실이냐
무슨 조화이며 무엇이 문제냐?
씹었으니 삼키느냐 뱉느냐 달든 짜든 시든 쓰든 맵던 떫든 간에
키들키들 웃다가 훌쩍훌쩍 울다가 그만 잠이 든다
아 아 아마 이 병 처방 못 내는 천하에 약 없는 신종 희귀병인가보다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자빠져 버둥버둥 그냥 살아야할 모양새
자업자득이라
율법이 꼴깍 죽으면 산 입에 휑하니 거미줄 치게 마련이지
아들아 거기 빈 곳간구석의 지게나 어서 깔끔하게 손질해 두어라
앙다문 의지는 복날 개털처럼 곁불에 끄슬려가고
선착장 아래 홀까닥 뒤집힌 배 한척 마누라 볼록한 모습이라 얼싸 좋다 잠시 톱질해본다
갑자기 잠자리 떼가 하늘을 뒤덮는다.
옛 배 이미 떠난 지 오래라 추억만 거품으로 섬을 맴 돌고
바다는 한결같이
망망하다
부어라 마셔라 벌레들아
명줄대로 실컷 뒈지거나말거나
난지도蘭芝島 난향이 한 칼 비수로 날카롭게 바위에 꼽혔다
파도는 언제나
환상으로 부서진다.
<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