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孤獨
犬毛/趙源善
모기 한마리가 머리맡에서 핵실험을 예고하는 군요
열한 시 사십사 분
참으로 이상한 밤 입니다
나는 놀이터에서 붙박이 가로등이 솜씨 좋게 그린 죽은 벽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무도 몰래
연거푸 네 대의 담배연기를 비행시켜봅니다
사십 사번 흔들린 그네에서 더 이상 긴 다리를 들기가 힘들어 그만 멈추고
문득 발이 시려
그제야 맨발임을 알았습니다
비록 낙엽에게서 '훌쩍거리며 불장난하지 말라'고 핀잔을 네 번이나 받았지만
아주 오랜만에
나 혼자였다는 사실이 반갑습니다
그도 잠시 문득
내 어깨에 메워진 이 무거운 짐이
시름시름 십일월의 첫걸음임을 또 알았습니다.
이제 나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오늘을 위해
성냥갑 속에 모가지 꼿꼿이 하여 팔다리 네 개 가지런히 잠시 누워야만 합니다.
고독孤獨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길 진정 원합니다.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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