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행각行脚
犬毛/趙源善
내 생명이
영원하지 못하므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곰곰 궁리해보니
영원 비스름하게 뒤꽁무니에 오래오래 남을 건 글자뿐이라
옳거니 그리하여
영원 비슷이 남길 내 이름 석자를
행여나 하며
날이면 날마다 똑같은 그 자리에
다리하나 번쩍 들고
찔끔거린다.
내일
비가 온다지만
모레는 안 오겠지
설마 글피까지야
지린내 씻겨봤자 또 풍기면 되지 뭐
그러고 보니
이 웃기는 행각行脚이 제법 재미있어서 참 좋다.
그래서
영원은 아예 저리 접어놓고
여기저기 다니며
내 영역이라고
그냥 오줌만 자꾸 누기로 결심했다.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