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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더이다

犬毛 - 개털 2006. 5.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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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더이다

犬毛/趙源善



살아가기 위해 배움은 그 끝이 없는 것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선생에게 배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선생에게 배웠다

나도 아내도 선생에게 배웠다

내 아들도 딸도 선생에게 배우는 중이고

내 손자들도 또 선생에게 배울 것이다

나보다 먼저 알고 먼저 태어났으면 그게 바로 선생先生이라

부모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훌륭한 선생이 아니더냐?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며 부모도 사람이고 선생도 사람이다

너도 직업이 있고 나도 직업이 있으며 부모도 직업을 가졌고 선생도 직업중의 하나다

너도 완벽치 못하고 나도 완벽치 못하며 부모도 완벽치 못하고 선생도 완벽치 못하다

이게 뭔 소린지 이해하시는가?


말이라는 걸 알아듣는다는 사람의 생각이, 오히려 제각각 다 다르다는 걸 아시는가?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 동물의 조련이, 비뚤어진 사람보다 훨씬 쉽다는 걸 아시는가?


젊은 김씨는 김 선생이요 늙은 조씨는 조 선생이요

김씨와 조씨를 가리킨 정씨는 정 선생이요

정 선생 어렸을 때 살기 어려워 헤어진 부모도 박 선생 최 선생이요

동네 구멍가게 구두쇠 감초 영감 돌아가신 이씨도 이 선생이었으니

이 세상에는 참으로 선생이 수도 없이 널브러졌다.


네가 지금 이름석자라도 쓰고 구구단이라도 외우며

친구라도 사귀고 인사라도 나누며

밥줄이라도 꿰차고 먹고 사는 게 다 뉘 덕 이뇨?

어쨌든 선생 덕분 아닌 감?


아비 어미도 모르고

하늘에서 뚝 떨어져 다리 밑에서 굴러다니며

저 혼자 커서

말도 모르고 글도 모르고 예도 모르며 돈도 모르고 정도 모르고

사랑도 까맣게 모른다면

혹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도 아니면서

저 잘 났다고

사방에서 

침 뱉고 욕 하고 발길질하고 돌 던지니.


하여튼 간에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더이다.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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