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죽여 울다
犬毛/趙源善
한계령寒溪嶺을 넘으며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가늘어서 아니 우는 듯 허나 꽤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뒷골이 서늘한 슬픈 노래
아 아 그렇다
이건
설악雪嶽의 아픈 흐느낌이 분명하다.
아주 오래 전 동東쪽으로 시집간 핏줄 한 조각 오봉五峰산자락에서
의상義湘대사의 불심佛心씨앗 정성껏 키워
날마다 홍련紅蓮으로 해님 맞이한다더니
어이 하나 어이 하나 천년千年의 향香을 단숨에 불살라
짙푸른 수염 검게 그을려 밑동 덩그러니
동종銅鐘 타고남은 재가 서리로 언 맨땅위에
낙산사落山寺
종소리로만 아스라이 누웠으니.
의상대義湘臺 절벽에 걸터앉아
내 소원所願의 살생부殺生簿를 펼치니
이천 다섯 해의 삼백 육십 오일들아 다 내속에서 나와 바다로 뛰어들어라
바다여 제발 나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짠 소금 모래알로 벅벅 씻어 다오
이 바다 오늘 어찌 이리도 사나워 통쾌하게 웃는 가
살 찐 것으로 골라 기쁨과 환란患亂 모두를 너에게 바치니
내 심장에서 토하는 순서대로
시詩 주酒 연煙 금金 욕慾 노奴 희喜 애哀 황荒 허虛 정情 음淫 향香들을
하나 씩 하나 씩 발겨서 품에 앉고
파랗게 삼켜버려라
꿀떡.
미시령彌矢嶺을 넘으며
나도 울었다
죄罪 많은 올해를 동해東海에 파묻고 쓰린 빈속 달래려 황태黃太 씹으면서
누군가가 들을까 소리죽여
꺼이꺼이
설악雪嶽과 손잡고 같이 울었다.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