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빨강

犬毛 - 개털 2005. 10. 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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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犬毛/趙源善



빨강 똥구멍 - 그 옛날 그냥 원숭이 거기만 봐도 배꼽 잡았고요

빨강 나비타이 - 나도 한 때 꽤 멋진 새신랑이었고요

빨강 사과 - 반짝임에 넋이 쑥 빠져 좌판 앞에서 멀건이 침 흘렸고요

빨강 장미 -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의 꽃향기에 미치고요

빨강 립스틱 - 입술 하나만으로 기가 콱 막혀 찰랑찰랑한 술잔 들고 멍 했고요

빨강 단풍 - 아름다움에 놀라 그만 철퍼덕 주저앉아 눈물지린 적이 있고요

빨강 신호등 - 우습게도 깜박깜박하는 게 너무 예뻐 부르릉 하다가 딱지 뗐고요

빨강 해 -  산에 지고 바다에 뜨는 태양의 신비와 장엄함에 머리 조아렸지요

빨강 파도 - 악마들의 물결응원은 정말 엄청나게 환상적 이었어요

빨강 - 참 좋아요.


빨강 피 - 뭔 영화던가 찢겨진 아랫배상처에서 하얀 눈밭으로 뚝뚝 떨어지던 그 피

빨강 눈 - 찢어진 일장기 이마에 비끄러맨 가미가제 소년병兵의 충혈 된 미친 그 눈

빨강 산불 - 그거 한번으로 꽃도 피도 눈물도 사랑도 숲도 추억도 모두 다 타버려요

빨강 거짓말 - 깍두기 국물만큼 빨갛게 진짜 입맛 나지요 네

빨강 - 참 섬뜩 해요.


빨강 - 그런데

빨강 - 이 가을에 잡신雜神 내렸나 봐요

빨강 - 저 꼭대기부터 파랑 노랑을 뒤덮으며 어린 무당이 무딘 작두를 타요

빨강 - 껍적껍적 되는대로 막춤을 춰요

빨강 - 이곳저곳 여기저기 어쩌나

빨강 - 올겨울 여기 살려면 빨강내복을 사야하나요? 박박 긁은 등허리가 아주 추워요.


빨강 세상!

어 어 어!

어 어!

어!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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