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돈 / 견모 조원선
나 비록 개털이지만 자존심 초강력. 그런데 71년 살면서 돈이 급해보긴 처음. 워낙 물계를 모르고. 수중에 현금이 없다. 그저 부동산 두어쪼가리 뿐.
은행대출 문의하니 절차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고. 고심. 자식들 접어 여동생들 접어 결국 친구? 이런 경우가 없었으니. 세손가락 꼽아서 그중 젤로 부자(?)인 놈에게 그냥 전화했다. 다짜고짜. 미안하다고하고 X천만원 급히 필요한데 네가 1순위다. 이런 거 평생 처음이다. 알았어. 계좌번호보내고 기다려 봐. 이틀후 띠링 띠링 띠링 돈 들어왔다. 한달여 전의 일.
바로 부랴부랴 몇곳 부동산에 2015년 제2공항계획 발표(지금 사는 곳이 계획지의 바로 옆) 후 이사대책으로 사뒀던 세화리의 땅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요즘 거래가 거의 없단다.
불안증세가 심해져 잠이 부족하다. 땅만 빨리 팔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데 내 평생에 처음으로 친구에게 돈빚을 지고있으니. 원래 비정상 정신병자의 불안증세가 더 심해진 것. 전화했다. 야 짜샤 땅이 안 팔려 내가 잠을 못 잔다고. 팔리겠지 뭐. 기다려 봐 ㅡ
솔직히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한번도 같은 반 안했고 그저 얼굴과 이름만 알 뿐. 대학도 다르고. 졸업후 이친구가 활발하게 동창회장 동문회장 활동하면서 수십년 아주 가까워진 친구. 난 늘 개털이었지만. 외국 여행중에 인도의 시골 주유소 화장실에서 기적적으로 부부가 만난 적이 있는 기이한 인연. 겨울에 한라산 눈 온다면 두툼한 겨울옷 보내고(우리동네는 안추운데), 책 보내고, 작업복 보내고, 전화 자주하고, 매일 카톡나누고 ㆍㆍㆍㆍㆍ
난 뭐라 할 말이 없다.
땅 팔리면 돈 쌓아놓고 모든 연락을 싹 끊어버리면 이자식이 돈받으러 제주로 올까? 그러면 꼭 끌어안고 같이 술 실컷 마셔볼까?
작년에 서울 고모집에서 만난 게 마지막 만남.
보고싶다. 짜샤 ㅡ (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