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0 거울 犬毛 趙源善 남을 적나라하게 까뒤집어 비추는 놈 음흉하여서 뱃속이나 등 뒤 깊숙이 제 모습 꼭꼭 감춰 평생 그림자조차 없지만 와장창 밟혀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결단코 거짓은 보이지 않는 무서운 놈. <100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2.06
몽당연필 0 몽당연필 犬毛 趙源善 엄지와 검지와 중지로 잡아 손바닥 안으로 빠질 만큼 맨살을 깎여 더 이상 뭘 어쩌기가 힘에 부치는 가련한 몰골 몸뚱이에 칼자국 흉터도 남아 있어서 이제는 희귀물건으로 분류되어 꽂이구석에 붙박이로 가만히 살지 닳다보면 그래 그리운 추억. <09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2.18
비교比較 0 비교比較 犬毛 趙源善 넌 날마다 옷을 갈아입지만 난 평생 껍질하나로 버티고 넌 오만가지 향수를 뿌려대지만 난 비린내 밖에 없고 넌 이백여개의 뼈를 가졌지만 난 단 한개도 없고 넌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휘두르지만 난 오로지 먹물뿐이고 넌 카멜레온처럼 시시때때로 색깔이 변하지만 난 언제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1.17
나무젓가락 0 나무젓가락 犬毛 趙源善 옷 벗기고 가랑이 찢겨 쪼물락 쪼물락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물고 빨고 핥더니만 일 치르자마자 댕강 허리 꺾어 쓰레기. <09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0.10
테이프 0 테이프 犬毛 趙源善 한 두름 단돈 천 원. 질끈 머리띠 매거나 무슨 암호표시 붙이거나 흉측한 다리털 홀랑 뽑거나 음란한 시선 철퍼덕 가리거나 욕설 뱉는 입술 콱 봉해버리거나 사철 빈둥거리는 팔다리 꽁꽁 묶거나 카멜레온처럼 온통 껍질색깔 싹 바꾸거나 아예 순식간에 한 덩이 미라로 둘둘 감거..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