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의 일기를 훔치다 가로등의 일기를 훔치다 견모 조원선 앞집 들창에 세들어 사는 그림자는 초저녁과 새벽에만 불침번을 서는 데 떠돌이 바람과 구멍투성이 돌담이 그의 불알친구란다. (1712) 詩 (2017년) 2017.12.23
내가 사는 방법 내가 사는 방법 견모 조원선 화가도 아니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꼴에 그걸 다시 글로 바꾸느라 밤을 꼴깍 삼킨다. 죽을 때까지 이 짓 할 게다. 밤은 별처럼 반짝반짝 야속하고 새벽은 뭉툭하게 뒤통수를 치고 아침은 살래살래 개꼬리친다. (1712) 詩 (2017년) 2017.12.23
밭 이야기 밭 이야기 견모 조원선 밭을 바라보면 참 좋다. 그냥 좋다. 무조건 좋다. 밭이 너르면 더 좋다. 뭔가가 무성하면 더욱 좋다. 그런데 그게 밭만 좋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진리. 뿌려진 씨가 좋아야하고 그걸 잘 보살펴서 기르고 가꾸고 키워내 마지막까지 거둬야한다는 것. 오늘을 바라보라. .. 詩 (2017년) 2017.12.23
이삭줍기 이삭줍기 견모 조원선 내가형편이어려워서이짓거리하는게아니니하나도부끄럽지않다.어차피수확이끝나고밭에버려지는것들아니더냐.잠시품팔면우리두부부가실컷먹고도남을량이니공짜로거저주워오는건참알뜰한거다.제주살면서매일동네주변들과숲을산책하고또는드라이브하면서철.. 詩 (2017년) 2017.12.23
을씨년 을씨년 견모 조원선 이구멍 메꾸면 저구멍 새고 이빚 돌려막으면 저빚 남고 이놈 조져밟으면 저놈 솟고 이년 예뻐하면 저년 삐지고 이쪽 신나면 저쪽 시들하고 이바람 쎄면 저바람 약하다. (1712) 詩 (2017년) 2017.12.23
불가능한 집행유예 불가능한 집행유예 견모 조원선 추억의 바다가 파도치면 제주의 긴 밤이 하얗게 부서지고 꿈이 죄를 보듬는다 베개가 나를 베고 자빠지면 텔레비전이 그걸 녹화할 때 누에처럼 코고는 아내가 부럽다 한 발 앞에 유유한 들고양이를 묶인 집개는 어쩔 수 없다 증거가 분명 확실해서 여지없.. 詩 (2017년) 2017.12.23
생각이저멀리바다위로자꾸걸어나간다 생각이저멀리바다위로자꾸걸어나간다 견모 조원선 어차피늙어지면서서서히이렇게잊혀져가는게진리라는걸알면서도이게다훌쩍섬으로날아온때문인가하여조금은섭섭하다. 연사흘째전화한통도안오니나진짜개털맞다. (1712) 詩 (2017년) 2017.12.05
난괜찮으니자네나잘씻으시게 난괜찮으니자네나잘씻으시게 견모 조원선 제주는지금춥지도덥지도않고또내가땀흘릴일도없는완전백수인데다진짜공기가맑아서솔직히얼굴에때가안낀다.서울살때는매일아침저녁으로목욕한나다.얼마전속머리에곰팡이피어서꽃기다린다는얘기끝에요즘5일에한번꼴로목욕한다했더니웬.. 詩 (2017년) 2017.12.05
산책 산책 견모 조원선 오늘은 개가 나를 끌고 간다 오색딱다구리가 내 가슴을 후빈다 밤새워 마신 술이 하늘에 쏟아졌다 숲은 언제나 이불이다 아낙들이 감귤의 목을 비튼다 댓잎은 또 노래한다. (1712) 詩 (2017년) 2017.12.05
꿈이냐생시냐시절이하수상하니 꿈이냐생시냐시절이하수상하니 견모 조원선 웬이상한놈이옆에다가와실실웃으며아양떨다가종아리주물러준답시고슬쩍발목을잡아묶고뒤로돌아휘딱손목꽁꽁붙들어매더니순식간에귀틀어막고눈가리고코베어내고입꿰매고주머니털어버려서옴짝달싹할새도없이산송장되었으니이걸어쩌.. 詩 (2017년) 2017.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