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幸福하시렵니까? <犬毛/趙源善>
무조건 1000원이라고 공손하게 쓰여 진
찢어진 박스종이가
무조건 1000원에만 팔리는
참으로 가련한
무조건 1000원인 물건들 사이에
비뚜름히 걸쳐져
무조건 1000원을 내고
그이상의 가치를 찾아내려는
무조건 1000원을 좋아해야하는 사람의
뾰족하고 날카롭고 음흉한 시선을 끌어당기는 데
무조건 1000원들을 훑어보는 사람 눈깔두개는 그런대로 좀 고상하고
그런대로 좀 고상한 눈깔두개를 눈치 보는
무조건 1000원들을 팔아먹고 살아야 하는
처절하게 피곤해서 불쌍한 장사꾼 눈깔두개는 찌그러진 간이의자위에 널브러졌으니
무조건 1000원들이 나란히 줄선 땡볕아래 여기는
단 한 조각 덤도 없고 에누리도 없다.
1000을 넘었으니 행복幸福하라고?
항복降伏이다.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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