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라고? <犬毛/趙源善>
장님과 벙어리로 삼천일三千日
땅속
애벌레로 살다가
어느 날 밤 불쑥 솟아올라
등껍질을 쭉 찢어 두 번째 태어난다.
겨우
스무날살이 운명運命
그나마 입까지 트인 건 수컷이라고
삼천三千이 너무 서러워 스물二十이 다 뭐냐고 악 쓰는 겨?
아님 죽기 전에 어서 씨 뿌리자고 암컷 부르는 겨?
고래고래
고래고래.
답답한 저년 땜시 미치겠다고
겹눈 둘 홑눈 세 개로
두리번두리번
세상구경 실컷 하고 죽자고 묵묵부답黙黙不答
근데 내 소리는 들리는 겨?
꾸물꾸물
꾸물꾸물.
난 어떡하라고 꾸물대기만 하는 겨?
고래고래
고래고래
또 고래고래.
익선관翼蟬冠이
우리 날개로 빚은 모자帽子라니까!
인간人間아
인간人間아
그래도
내가 노래 부르는 겨?
(0507)
주해: 매미 - 어미는 나무줄기에 알을 낳고 죽음.
1년 후 애벌레는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 적게는 3-4년,
보통 7-8년, 길게는 13-17년간 생활하다가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음. 이후 약 20일간 살다 죽음.
소리 내는 건 수컷. 영역표시 내지는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날개로 모자를 만든 게 익선관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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