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무디어진 감각

犬毛 - 개털 2020. 6. 12. 14:01


무디어진 감각
견모 조원선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못 줍는다. 안경코의 나사를 못 돌린다. 물도랑을 못 건너뛴다. 돌담을 못 넘는다.
눈도 흐리고 손가락도 뻣뻣하고 온몸이 다 둔해진 까닭이다.
제주 시골에서 못 구하는 물건을 휴대전화로 인터넷구매하려고 더듬거리다보면 잘 못 해서 시간만 잡아먹고 생짜증이 난다. 머리뚜껑 열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들이용법이다. 이거 이거 필요하니 주문해 줘.

왔다.
컴퓨터가 귀찮아서 전화기로 하다보니 손가락이 붓고 아파서 전화기용 간이연필이랑 닳아진 전동잔디깎이의 부품 칼날이다. 명령하달하면 일주일이내에 도착한다. 전동잔디깎이도 아들이 보낸 것.

좋긴 좋은데 ㅡ 내 감각이 무디어진 사실은 참 서럽다. 어쩔 수 없지만.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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