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막걸리에 이빨이 녹는다

犬毛 - 개털 2020. 5. 6. 09:52

 

 

 

막걸리에 이빨이 녹는다?

견모 조원선

 

양치하다가 이가 부서졌다.

 

돼지갈비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시원하게 뜯지못한 지 15년쯤 됐나보다. 내 윗앞니 2개가 정품이 아닌 때문. 한겨울 거나하게 취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코트주머니에 양손을 넣고는 인도의 턱에 발이 걸려 비틀거리다가 서있는 입간판 모서리에 부딪혀 윗앞니 2개가 부러진 것. 빼내고 양쪽 2개씩에 걸어붙여 가운데 2개를 가품으로 채웠으니 6개가 한덩이. 힘 못쓰는 모양다리 이빨. 그 중 맨 왼쪽이빨 뒤 일부가 깨진 것.

 

의사 ㅡ 다 뜯어내고 새로해야하니 비용 많이 드는데. 통증없고 겉은 멀쩡하니 더 두고보자고.

 

아내 ㅡ 막걸리에 이빨이 삭은 거니까 모든 책임은 다 당신. 치료비용도 물론.

 

으악! 일년반 연봉이다. 막걸리에 이빨이 녹는다는 해괴한 억지이론이라니.

원인은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씨뻘건 쇠대가리귀신놈을 물어뜯느라고 앞이빨을 쓴 때문인데. 정말 억울하다.

 

이젠 오물오물 조심조심 씹어서 오래 버텨야한다.

오늘밤부터 쇠대가리귀신과는 뭘로 싸우지? 흑흑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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